어머니와 아버지에 이어 또 딸의 재판이 시작된다. 2019년 9월 6일 아버지의 국회 인사청문회 날 어머니가 기소된 지 약 3년 11개월 만이다. 아버지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 가서 고문하길 바란다"라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검찰, 조민 불구속 기소 이유... 혐의내용은?
검찰이 10일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서울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부정지원) 협의. 구체적으로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죄다. 최근 조민씨의 의사면허 반납도, 고려대. 부산대 입학 취소소송 취하도, 조국. 정경심 명의의 사과문 발표도 검찰의 기소를 막지 못했다.
조민, 검찰이 기소한 이유는?
기소의 가장 큰 근거는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교수는 2022년 1월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인데,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는 조 씨가 공범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기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검찰은 부모와 자식이 모두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하더라도 통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식은 기소하지 않아 왔다. 이 관례에 따라 지난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이번 기소는 전형적인 공소권 남용이다. 관행을 벗어나 기소할 정도로 죄가 그렇게 중하다면 동등한 혜택을 누린 공모 수준이라면 왜 4년 전에 조사 다 해놓고 기소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슨 사정 변경이 있는가? 그때는 안 하다가 지금 와서 기소하는 것은 사건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조민의 기소는 예견되어 있었다.
지난해 1월 정 교수의 대법원 확정 판결 당시에도 조민씨 기소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기소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조 씨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자신의 SNS에 "떳떳하다고 하는 게 황당하다. 조민씨를 기소하지 않은 건 검찰이 선처한 것이다. 조 씨는 기소되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6월 들어서는 일부 보수 언론에서 조 씨의 공소시효가 오는 8월에 종료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셀럽 놀이'로 법과 국민을 조롱하는 조민씨는 입시 부정의 몸통으로서 응당 받아야 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부모와 자식의 기소, 법적 멸문지화?
조 씨의 기소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 근거로 2018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답안지 유출사건의 경우를 든다. 당시 학교 교무부장 아버지와 쌍둥이 딸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민씨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정적 차이는 이번처럼 4년 가까이 지나 또 기소한 경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은 미성년자였던 쌍둥이 딸을 소년보호사건으로 정해 가정법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가정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냈고, 결국 정식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기소는 숙명여고 사건보다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정유라 씨 처리와 직접 비교된다. 두 사건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우선 정국을 뒤흔든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입시비리 혐의가 불거져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는 점도 비슷하다.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7년 2월 최서원 씨를 딸 정유라 씨와 관련한 청담고 학사비리와 이화여대 입시. 학사비리 혐의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딸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최서원 씨 1심 재판과정에 있던 그해 5월 정유라 씨가 한국에 강제송환됐고, 검찰은 두 차례 같은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정 씨의 가담 경위와 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학사비리에서 정 씨가 공범임을 인정했고, 이후 대법원은 징역 3년을 확정했다.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정 씨를 결국 기소하지 않았고 조민씨는 기어이 기소했다. 이 차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검찰은 최근 조민씨 기소 여부 판단에 공범의 입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항소심 진행 중인 아버지 조 전 장관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딸을 기소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라면 최서원 씨는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 씨를 향해 "피고인은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부인하면서 '만연했던 관행'을 내세우며 자신의 잘못을 희석시키려고 하는데 급급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정 씨는 "나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라면서 조국, 김어준 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조민, 입시비리에 수혜자가 아닌 주도적 역할?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조민씨와 정유라 씨 사례를 비고 하는 지적에 "유사사례라고 해서 똑같이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조민씨가 단순히 수혜자에 그친 것이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나눠서 하였고,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공범(부모) 재판 진행 중이므로 본건을 검찰 단계에서 종결하는 게 아니라 법원에서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거쳐서 확정되도록 해서 사법 절차에 따른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1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 기소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관련한 사건을 처리할 부분이 있어서 함께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일가족, 멸문지화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딸에 이어 아들도 있다. 아들의 학사. 입시비리 협의로 기소된 조국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는데, 재판부는 아들과 공모해 비리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상황이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아들의 기소 여부를 두고 "공범(조국 전 장관) 재판 진행 상황, 공소시효 등에서 (조민씨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급히 처리할 필요성이 많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만약 이대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재 검찰 분위기라면 아들도 기소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장관 가족 4명이 모두 기소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법률에 의한 '멸문지화'인 것이다.
멸문지화란 한집안이 다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재앙을 말한다. 대부분 반역의 죄를 지었을 때 당하게 된다. 반역의 죄를 범하면 3족. 즉 부모, 형제, 처자(또는 부계, 모계, 처가)를 모두 없애버려 가문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조국의 일가족이 그만큼 중요한 반역을 한 것일까? 반역을 했다면 누구에게 한 것일까?
이 정권이 살아있는 한 조국의 일가는 정말 다 구속되어 버리는 것일까. 일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에게 빚을 지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라고 한 것이 과연 여기까지 내다본 것일까? 정말 한 개인적으로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